
"현실과 동떨어진 쿵푸 고수가 되지 마세요."
둠(DOOM)을 만든 프로그래머 존 카맥이 9월 11일 X에 남긴 말입니다.
이 글은 며칠 만에 조회수 700만 회를 넘겼습니다.
카맥은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읽다가 이 생각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AI에게 코드를 맡기는 바이브코딩이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개발자라면 한 번쯤 곱씹어 볼 문장입니다.
에그코드도 매일 AI와 함께 서비스를 만듭니다.
그래서 이 경고를 네 가지로 풀어 보았습니다.
1. 무술은 술(術)에서 도(道)로 바뀌었습니다
카맥이 읽은 번역본의 서문은 무술이 걸어온 길을 설명합니다.
무술은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스포츠가 되고,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름도 함께 바뀌어서 유술은 유도가 되고, 검술은 검도가 되었습니다.
2차대전 뒤에는 무술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때 검도는 펜싱과 비슷한 경기로 소개되며 명맥을 이었습니다.
술은 실전에서 쓰는 기술이고, 도는 스스로를 닦는 수련입니다.

2. 프로그래밍에서는 이미 한 번 일어난 일입니다
카맥은 프로그래밍 기술도 같은 길을 걷는다고 봅니다.
초창기 개발자는 기계어 명령을 손으로 16진수 숫자로 옮겨 적었습니다.
기계어는 CPU가 직접 읽는 숫자 명령입니다.
동영상 도구 FFmpeg는 속도를 위해 지금도 어셈블리 언어를 씁니다.
어셈블리는 기계어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기호로 옮긴 언어입니다.
하지만 그 개발자들조차 16진수를 손으로 적지는 않습니다.
카맥은 손으로 공들여 코드를 짜는 일도 술에서 도로 옮겨 가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바이브코딩이라고 부르는 흐름이 바로 이 변화입니다.
물론 카맥도 아직 거기까지 오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3. 쿵푸 고수가 진 이유는 수련이 아니었습니다
카맥은 이 변화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옛 컴퓨터를 좋아서 다루는 레트로 컴퓨팅 문화도 즐겁다고 말합니다.
그가 경고하는 대상은 수련을 실전으로 착각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2017년 중국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MMA 선수가 태극권 고수를 20초도 안 돼 쓰러뜨린 것입니다.
전통을 수련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검증받지 않은 수련을 실전 기술이라고 믿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개발로 옮기면, 바이브코딩을 써 보지도 않고 손코딩만 실전 무기라고 믿는 태도입니다.

이 경고를 필름 카메라에 대입해 보면 더 선명해집니다.
필름은 지금 젊은 세대가 즐기는 취미가 되었습니다.
코닥은 1975년에 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만든 회사입니다.
그런데도 필름 중심의 사업을 끝내 바꾸지 못했습니다.
결국 2012년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필름을 즐기는 사람은 남았고, 필름만 고집한 회사는 무너졌습니다.

4. 무사시라면 돌격소총도 반겼을 겁니다
카맥의 마지막 문장은 농담처럼 보이지만 근거가 있습니다.
무사시는 『오륜서』에서 무기를 편애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한 무기에만 익숙한 것은 그 무기를 모르는 것만큼 결점이라고 보았습니다.
칼로 이름을 떨친 그가 총의 장단점을 따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떠받들어지는 전통의 원조는 오히려 도구를 가리지 않는 실용주의자였습니다.

수련과 실전을 구분하면 됩니다
카맥의 경고는 손코딩을 버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직접 짜 보며 익힌 원리는 AI가 만든 코드를 검증할 때 힘이 됩니다.
다만 실전에서는 문제를 가장 잘 푸는 도구를 골라야 합니다.
그 도구가 바이브코딩이든 손코딩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무사시가 380년 전에 남긴 가르침은 이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기는 도구를 쓰라.
원문: John Carmack, X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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